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그 사람의 재물을 잠시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이것을 다른 데에 처분하거나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는 무슨 죄일까? 형법은 이것을 '횡령죄'라고 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가로채거나(횡령),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재산범죄이면서 임무 위배라는 배신적 성격이 가미된 범죄로서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의 범죄다.
행위자가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관계는 타인의 '위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위탁은 계약일 수도 있고, 관습・법령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횡령죄의 행위는 '횡령'과 '반환 거부'다. 횡령이란 보관과 반환의 임무에 반하여 불법 영득 의사로서 가로채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보관자가 소비・착복・은닉・휴대하고 도주・처분・대여・교환・담보의 제공 등의 행위로 위탁자의 반환 청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할부구매 한 물품을 사용하는 자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일반적으로 할부판매의 경우 할부대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그 물품의 소유권이 판매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할부구매물품을 점유∙사용하고 있는 자는 그 대금완납 전까지는 물품보관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다.
다만, 할부구매계약상 소유권까지도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으로 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 소유권은 매수인에게 있고 매수인은 할부대금의 지급의무만 있다.
그런데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에 있어서 완납 전에 처분한 경우에 관하여 판례는 “소유권유보부 매매에 있어서 매매대금의 채무자인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완납할 때까지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매수인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대금완납 전에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는 채권자인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횡령죄가 인정된다”라고 한 하급심판례가 있다. (서울고법 2009. 3. 26. 선고 2009노86 판결).
법무법인 혜안 형사전문센터에 따르면 “이러한 반대의 약정이 없는 한 할부대금을 완납하기 전에 위 물품을 처분하였다면 컴퓨터 잔액을 완납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할 것이지만, 사후에 할부대금 잔액을 완납하였다면 법원이 그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형을 감하여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