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6일 월요일
뉴스홈 산업/경제/기업
저당권설정을 숨기고 임대차계약 체결한 임대인, 사기죄가 성립될까

[=아시아뉴스통신] 홍명희기자 송고시간 2018-07-13 11:09

우리 형법은 사기를 ‘사람을 기망하여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47조 제1항, 제2항 참고). 여기서 ‘기망’이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은 “일반거래의 경험칙 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면서 변제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긴 채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1033 판결 참조).

근저당권 설정예정임을 숨기고 아파트 전세계약을 체결해서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았지만 결국 이런 선순위저당권 때문에 경매과정에서 세입자에 대해 전세보증금이 전혀 배당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형사상으로는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경위는 다음과 같다.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임대차목적물에 관한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과 같은 공부를 많이 참고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공부확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시에만 국한될 뿐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고 이사하는 시점에서는 다시 공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상으로 임차인의 권리발생은 임대차목적물을 점유하는 것을 효력발생시점으로 하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서 작성시점이 아니라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들어오는 시점에서 권리관계를 반드시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이사하는 시점 사이에 임대인의 채권자에 의해 임대차목적물에 (가)압류가 되거나 임대인의 악의로 근저당권이나 가등기가 설정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하는데, 비록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 자체에는 압류, 근저당권 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차목적물에 대해 임차인이 점유를 이전받기 이전에 압류 등이 이루어졌다면 임차인으로서는 이러한 압류권자보다 우선순위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어, 나중에 임대차목적물이 경매절차로 넘어갔을 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할 때는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뿐 아니라, 잔금을 치르고 임대차목적물을 점유하게 되는 시점에서도 반드시 부동산공부를 열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열람 결과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면, 임차인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으므로, 임대인에 대한 계약해제 및 손해배상(위약금)청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잔금 치를 당시에 다시 부동산공부를 확인하더라도 손해발생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잔금 치르는 당일 임차인이 부동산공부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당일 즉시 주민등록(상가건물인 경우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잔금 치르는 당일에 (가)압류나 근저당권이 등재되어버렸다면, 임차인으로서는 이러한 압류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주민등록과 점유를 개시한 날의 다음날 0시부터로 정하고 있어, 주민등록과 이사를 하는 당일에 이루어진 압류 등에 대해서는 순위가 처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혜안 형사전문센터의 황규련변호사는 “임차인이 저당권설정사실을 알게 되면 임대차계약체결을 꺼리게 되는 점 때문에 저당권설정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혹여나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임차인으로서는 형사고소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